이 후기는 합격을 기대하며 쓰는 보통의 후기와는 다르게 이렇게 하면 실패한다.에 가까운,
나와 비슷하게 어설프게 공부하고 있는 수험생들을 위한 후기이다.

17년도 휴직과 함께 4개월 정도 공부하고 lv1을 합격한 이후로 5년만의 도전이었다.
그간 회사업무와 육아, 살림에 치여 공부할 여유가 전혀 없었는데 올해 개인적으로 여유가 생기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이 'CFA 재도전'이었다.

그런데 막상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니 치열함이 사라졌다. 내 할 일 다 하고, 놀것 다 놀고, 그리고 시간이 나는 틈틈히 공부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6개월 정도 시간동안 슈웨이저 2회독 + 막판 한달 벼락치기 + mock exam 2회 풀기 정도로 공부하였고,
mock exam 점수도 형편없이 나와서 시험을 코앞에 두고서 이미 멘붕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지난주 시험을 보았고, 이것이 합격을 예상하는 후기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마는..당연하게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험이 되었다.
시험을 보고 나서도 합격보다는 불합격을 예상하고 있지만 신기한것은 오히려 시험을 보고나니 앞으로 이런식으로 공부하면 되겠구나. 하고 미련이 남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잠실역 근처 정윤빌딩에서 시험을 보았는데, 지하철역이랑 가까워서 위치가 참 좋았다.
레벨1을 일산킨텍스에서 콩나물처럼 많은 사람이 모여 봤던 기억에 비하자면 수험인원도 많지 않고, CBT 시험이라 시간도 개인별로 각각 관리되는 시스템이 나쁘지 않았다. 신분증, 소지품, 그리고 양말안쪽까지 검사를 마치고 수험장에 들어가니, 종이 2장과 연필, 귀마개가 준비되어있다.
(수험장 안에는 계산기와 여권만 들고 갈 수 있다.)

긴장된 마음으로 시험시작 버튼을 누르는데 시험문제를 처음 본 느낌은, 아. Mock exam보다 쉽다는게 이런 거구나.
문제가 길지도 꼬아내지도 않는다.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일부러 떨어뜨리려는 시험이 아니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어설프게 설렁설렁 공부하다 막판에 제대로 보지 못한 마이너 과목들 벼락치기하느라 허덕였던 나같은 사람에게는
아무리 쉬운 문제라도 이미 기억에서 지워져버린 공식들과, 쉬운 개념인데도 기억 저너머로 흐릿해진 풀이과정들을 꺼내는 것이 여간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일단 이 시험은 6개월 정도 잡고 평일 3시간, 주말 8시간 정도로 꾸준히 공부하면 승산이 있는 시험이다.
처음에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겠지 하고 느슨하게 설렁설렁 공부했다가는 빛의 속도로 휘발되는 공부의 기억을 벼락치기로 메꿀수 없다.
CFA에 발을 들인 수험생들이여.

1) 할때 바짝 집중해서 하자! 공부하는 와중에 딴짓은 금물!
2) '기초개념을 이해한 것 같다'와 실제 문제를 풀어보며 '잘 이해했다'로 스스로 느끼는것은 전혀 다르다.
3) 요약노트를 만들자. 막판에 총정리를 다시 슈웨이져로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4) mock exam은 굳이 풀지 않아도 된다. 차라리 슈웨이져 문제를 한번 더 풀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