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그 어느 기업보다도 자소서를 중요하게 본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은 꽤나 유명인이 된  강용석 변호사가 국회위원이었던 시절에 청년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전략으로, 국회의원의 지위를 사용하여 공기업이나 공사, 공단 등의 핵심임원들과 인사담당자들에게 얻은 취업 자료를 공개한 적이 있었다. 꽤 오래 전인데도 불구하고 KT는 그 때부터 이미 어느 정도 직무 중심의 스펙초월 채용을 하고 있었다. 그 때 나온 직접적인 이야기가 바로 토익은 600점이나 990점이나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고, 학점 역시 반영이 크게 안 되는 대신, 자기소개서가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KT 채용에서 자소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막상 쓰려고 하면 상당히 애를 먹이는 것이 KT 자소서다. 원래 자소서가 중요한 기업들은 자소서 항목들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한 항목에 1,000자 이상을 요구하는 등 항목 자체에서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쓸 것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KT는 그런 것치고는 한 항목에 쓸 수 있는 자수가 700자 정도로 긴 편이 아니다. 생각보다 쓰기가 힘들다. 이런 경우 팩트 위주로 가야 한다. 조금 구체적인 표현을 써서 표현하자면 주어와 술어 위주로 써야 하고, 형용사와 부사 같은 것은 빼야 한다. 만연체는 지양하고 간결체로 가야 한다.

KT자소서 항목

1번 문항 : ‘회사 지원동기’, ‘직무 지원동기’, ‘입사 후 목표’ 라는 세 가지 조금씩 다른 테마가 700자 안에 묶여서 나와야 한다. 세 가지 이야기를 700자로 압축하는 것은 보기보다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가장 좋은 방향은 통신업계에서 자신이 이룩하고 싶은 비전을 먼저 설정하는 것이다.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에 따른 직무도 정해질 수밖에 없다. 직무에 대한 선택 동기도 자연스럽게 서술이 된다. 그리고 그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KT에 지원하게 되었다는 식으로 연결이 되면 된다.
흔히들 쓰는 ‘KT가 훌륭한 회사여서 자기가 이 회사에 지원하게 되었다’는 서술은 ‘나는 잘난점이 없고 이 회사가 잘났기 때문에 거기에 끌려서 내가 지원했다’는 식으로 해석이 되는데, 이렇게 되면 회사 입장에서는 굳이 지원자를 뽑을 이유가 전혀 없다. 회사 지원동기에 회사의 훌륭한 점을 객관적 팩트로 나열하는 것은 여러모로 지면이 아까운 짓이니까, 자제하는 것이 좋다.

2번 문항 : 목표에 대한 과제 집착력이 드러날 수 있는 문항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협업 시, 본인이 주도적이면 리더십을 과시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주도적이면 자신의 팔로우십을 보여줄 수 있다. 기업에서는 리더십 뿐만 아니라, 팔로우십 역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본인의 역할이 반드시 주도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은 가질 필요가 없다. 대신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주체적으로 자신이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며, 때로는 팀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모습을 가지는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협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가치가 더 높을 수 있다’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협업의 가치를 깨닫고 지금도 협업에 대해서 매우 친화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어야, 기업이 원하는 태도를 가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번 문항 : 문제해결력에 대한 이야기다. 문제 발생시 책임감에 대한 것을 묻지만, 책임감 이후에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해결력을 보여주는 데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얼핏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신이 포기하거나 도망가지 않고 그 문제를 해결하게 된 책임감 있는 자세나 태도만 서술하기 쉬운데, 사실 이런 태도적인 문제는 이 문항에 대한 답을 쓰는 지원자들에게는 당연한 것이다. 차별화 할 수 있는 부분은 문제를 해결하는 경과다. 그 경과에서 자신의 역할, 분석력, 통찰력, 창의력, 대안제시력 등이 발휘되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드러나야 한다. 결국 문제해결력에서 강조할 만한 자신의 장점이나 지향점이 드러나야 하는 문항이다.
그리고 가능한 이 문제들이 직무와 연관된, 아니면 적어도 직무가 연상되는 그런 식의 문제인 것이 바람직하다. 직무에서의 문제에 대한 자세와 해결력을 보려는 문항이니만큼 직무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연결이 되어 있어야 지원자에 대한 판단이 더 용이할 것이다.

4번 문항 : 일단 직무와 관련된 경험을 쓰라고 하니까, 직무적인 이야기와 연결되는 것은 알겠는데, ‘가장 특별하고 인상 깊은 경험’이라는 것이 너무 범위가 넓고 상당히 추상적이다. 그래서 어떤 경험을 써야 할지 쉽사리 손이 안 가게 되는데, 이 선정에 하나의 기준을 찾기 위해 이 문항이 바뀌기 전의 형태를 한 번 보도록 하자. 사실 이 문항이 예전에는 “지원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핵심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해당 역량을 갖추기 위해 본인은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였다.
그러니까 해당 직무역량을 갖추기 위해 본인이 노력한 경험을 쓰라는 것이, 그와 관련된 보다 폭넓은 어떤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는 직무 관련 역량을 쌓기 위한 교육, 시험, 자격증, 인턴, 호기심으로 스스로 배웠던 것 등이 서술 재료가 될 것이고, 이런 것들이 없을 때 개인의 경험, 느낌 등까지도 서술 가능한 문항이다.

총정리 : 최근 자소서는 한 문항 당 1,000자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700자는 그에 비해 무언가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직무적인 지향성이 중요한 만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문항인 1번과 4번은 당연하고, 2번과 3번도 직무적인 것과 관련이 있는 사례를 드는 것이 좋겠다.
KT 자소서는 문항에서 어느 정도의 지원자 상이 나온다. ‘직무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그것을 협업과 스스로의 문제해결력을 통해서 실현해가는 사람’이 그것이다. 그러니까 어느 정도는 그려나가야 할 인재상이 정해진 자소사라고 할 수 있다.

[원문보기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