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3일을 끝으로 1년 3개월의 기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수험기간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마케팅에서 기금관리로 업무가 바뀌면서 업무 관련 지식도 익힐 겸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공부인데 1년3개월을 AIFA에서 이 공부에만 매달리게 될 줄은 몰랐네요.

2009년 7월, 처음 시작할 때는 한 1년 반쯤 천천히 그리고 넉넉히 공부한 후에 2010년 말쯤 시험 보러 갈 계획이었으나 2011년부터 시험내용이 바뀐다는 교수님들의 설명에 마음이 급해져 계획을 급히 수정해 2010년 5월을 첫 시험일로 잡아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뒤돌아 생각해보니 조금은 타이트하게 일정을 잡고 공부한 것이 시험을 비교적 빨리 마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공부 일정은 우선 Fare 과목을 차례로 들으면서 Audit과 BEC 과목을 추가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Fare 과목을 들으며 Audit을 들으니 겹치는 부분이 많아 시너지 효과가 컸습니다. 물론 엄청난 공부 량 때문에 밤잠을 못 이룬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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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목별 공부방법

□ Fare

어학 전공인데다가 그 동안의 업무도 회계 관련이 아니어서 가장 어려워했고 가장 공들인 과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중급회계를 마친 후 스터디 그룹을 조직해 주말마다 모여 비스크 문제를 풀었습니다. 막상 선생님 설명 없이 혼자 문자를 풀자 문자 이해도 안 되어 저의 부족한 실력에 자괴감이 들 정도였으나 함께 공부하는 동료들의 위로와 격려 속에 차츰 차츰 문제에 대한 이해도도 푸는 속도도 서서히 나아졌습니다.

Fare 수업을 들으며 가장 잘 한 일은 고급회계의 Cash flow와 결합 재무제표 부분 공부할 때 이해도 안 되고 정말 버티기 힘들어도 끝가지 버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려워도 선생님 강의 듣고 동영상 강의 무한 반복해 들었더니 결국 이해가 되더라고요. 시험 전 최종 마무리는 시간 관계상 Final review 동영상 강의로 주로 했으며 혹시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본 수업 동영상 강의를 들었습니다. 시험 직전 고급회계와 정부회계 중심으로 시험이 나온다는 정보를 듣고 이를 중심으로 했는데 막상 시험장에 가니 시험 문제의 대부분이 중급회계에서 나오더군요. 요령을 부린 탓에 5월 첫 시험에서는 74점 즉 1점차로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했습니다. 3개월 후 두 번째 도전 시에는 괌에서 오는 소문은 아예 듣지도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공부했습니다. 그 결과 87점이라는 기대보다 좋은 성적으로 시험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 Audit

방대한 분량 탓에 직장인이 공부하기에 어려운 과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딱히 복습할 시간이 없어 출퇴근 지하철에서 늘 이 책을 끼고 다니며 보고 또 보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Internal Control, 내일은 Audit Report 등 주제를 정해 그 날 이 분량을 다 볼 때까지는 집에도 돌아오지 않고 회사에서건 지하철역이건 무조건 보고나서야 집으로 귀가했습니다.

Audit Final Review 기간 중에 과로 탓인지 몸이 안 좋아져 간단한 수술을 하고 일주일간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노트북으로 Audit 강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다 보았는데 주변에서 무슨 영화를 보기에 그리 재밌게 보냐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강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쭉 듣자 머리 속에 산만하던 내용들이 차츰차츰 정리가 되더니 시험 직전에는 공부 내용들이 큰 블록으로 뭉쳐서 머리 속에 착착 쌓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느낌으로 괌에 갔더니 첫 시험에 81점으로 합격했습니다. 병원에서 권 선생님 강의를 너무 들어서 그런지 시험 중에도 권 선생님의 낭랑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 했습니다.

□ BEC

NTS를 신청하며 시작한 과목이라 가장 급하게 공부한 과목입니다. 과목은 많은데 시간은 촉박해 정규강의보다는 동영상 강의를 1.5배속으로 들으며 공부했습니다. 회사 일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강의 듣기 시작해 2시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부족한 수면은 점심시간에 잤고요. 그래도 계획보다 진도가 밀리면 아예 회사에서 밤새 강의 듣고 다음 날 퇴근하기도 했습니다. 급히 한 공부라 정리가 잘 안되어 걱정했는데 Final Review에서 꼼꼼하게 정리해 주시는 선생님들 덕분에 잘 정리하고 시험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IT의 선생님이 녹음해 주신 MP3 파일을 자기 전 그리고 출근 때마다 들었더니 시험장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Regulation

가장 어렵게 생각된 과목이었습니다. 5월에 Audit과 Bec 합격 후 Tax 공부를 시작했는데 강의를 다 듣고 나도 무슨 내용인지 도통 머리에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해서 어쩔 수 없이 강의를 다시 들으며 처음으로 요약노트를 만들었습니다. 강의 듣고 나서 책보며 요약노트 만들기를 반복하자 그제야 이런 내용이었구나 감이 잡히더군요. 역시 출퇴근 지하철에서 출근하며 한번 퇴근하며 한번 매일 두 번씩 읽었더니 머리에 조금이 쌓이더라고요. 역시 무한반복을 이기는 과목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시험 직전 Tax를 중심으로 시험이 나온다는 소문에 솔깃해 Tax 중심으로 공부했더니 역시 시험은 Business Law를 중심으로 나오더군요. 두 번째 시험에서는 소문 안 듣고 처음부터 끝까지 공부해 합격했습니다.

2. 공부 중 에피소드

공부하며 가장 힘든 것은 아마도 직장 상사 눈치 보며 일찍 퇴근해 평일 수업에 참석하는 것이었습니다. 과천이 직장인 탓에 6시 반에 눈치 보며 일어서서 4호선 지하철을 향해 쏜살같이 달렸습니다. 교대에 내려 삼각김밥 하나 사들고 교실에 들어서서 7시 20분을 가리키는 시계를 보면 뿌듯한 마음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당시에는 참 눈치 많이 보였는데 지나고 나니 하나의 추억일 뿐이네요

공부하며 전념하는 학생들 도움 참 많이 받았네요. 최근 시험경향 이야기 전달부터 수업에 늦으면 프린트도 미리 챙겨주었고 그리고 자기들 사이에 도는 자료도 뽑아주는 등 참 많은 도움을 받으며 공부했습니다.

평일 저녁 뜬금없이 전화가 오더군요. 같이 공부하던 학생 중 하나가 군대가 간다고 송별회에 오라는 겁니다. 당시 제 나이 서른 셋, 군송별회도 십년 전 일인데 나이 먹고 공부한 덕분에 10년 만에 옛 생각하며 기분 좋게 술 한 잔 했습니다.

시험을 보러 갈 때는 무엇보다도 식사가 가장 걱정이 되어 식사를 제공하는 민박집에 묶으며 시험을 봤습니다. 먹을 걱정 안하니 역시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어 시험 보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민박집에서 만난 분들과는 지금도 연락하며 종종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같은 목표를 갖고 공부하던 사이라 그런지 짧은 시험 기간에 만났는데도 인연이 참 오래 남네요.

3. 마치며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아직까지 제 일상에는 그리 큰 변화는 없습니다. 연봉이 오르지도 않았고 지금 그 위치에서 그대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다만 회계 관련해서 상담 받으러 찾아오는 분들이 생겼고, 가끔은 회사 분들을 모시고 회계 관련 강의를 하기도 합니다. 그래고 내 인생에서 전문 분야가 생겼다는 것에 큰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어린 시절 꿈인 국제공무원에 조금은 나가가지 않았나 싶어 나름 뿌듯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가끔 국제기구에 공석 공고를 보면 지원서를 쓰는데 가장 크게 부각시키는 것이 CPA 자격증과 그리고 기금관리 업무와 관련된 경력입니다. 지금도 어렵게 한 이 공부가 내게 무엇을 가져다줄까 기대하며 가능성의 문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시험공부, 좋은 시간보다도 막막하고 힘드실 때가 더 많으실텐데요 그래도 시험 합격 후에 달콤함을 생각하며 힘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끝으로 열정적으로 강의해 주신 선생님들 그리고 늘 성실하게 문의에 답해 주셨던 AIFA 관계자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